센터이야기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2일차] 같은 듯 다른, 도플갱어 마을을 찾다
  • person HappyAnsan
  • schedule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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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11일 이틀 동안 주민 분들과 다녀온 2015 서울마을박람회 및 제8회 마을만들기전국대회에 참여해주신 마을활동가 두 분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주민 분들에게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니 준비한 지원센터의 어깨가 으쓱, 뿌듯하네요. 함께 한 저 역시 많은 은혜(?)를 받고 돌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생생한 그 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2015 서울마울박람회 & 제8회 마을만들기전국대회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 2일차

 

<같은 듯 다른, 도플갱어 마을을 찾다>

2015.9.11.

 

다들 바빠 시간 맞추기도 힘들었지만, 막상 마을만들기전국대회 간다고 버스에 오르니 아줌마들도 여행가는 소녀들처럼 살짝 들떠있었다. 처음 계획했을 때는 하루에 마을여행 세 탕을 뛰자며 어마 무시한 작전을 짜기도 했지만, 가는 날이 되니 그냥 동네 친한 이웃들과 함께 떠나는 것 자체로 충분히 즐거워보였다.

 

올해 마을만들기전국대회 호스트는 서울특별시였다. 혁신파크 야외광장에 들어서니 마을에서 만든 다양한 수공예품과 상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부스들을 볼 수 있었다. 뜨개질을 하는 아줌마들의 모임 ‘뜨수다’, 업사이클링 소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감좋은 공방’ 등 새롭고 창의적인 이름들이 많아 신선한 자극도 되었다. 평소 공예 작품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마을숲 카페 우 매니저는 뜨개질 공예부스 앞에서 하트 눈이 되어 자리를 못 뜨는가 하면, 이영임 대표는 황새둥지 부스에서 축제에 쓸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흐뭇해했다. 양말을 재활용해 나무틀에 놓고 간편하게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롭고 쉬워, 정말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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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로 사용해 오던 곳을 리모델링한 혁신파크 내부 모습은 안산에서 온 아줌마들 눈이 커질 정도의 반전을 안겨줬다. 목재와 유리를 사용해, 사무실·회의실 같은 딱딱한 공간들이 카페처럼 자연스럽고 개방적인 공간처럼 보여 복도를 계속 돌면서 구경 했다. 최근 감골주민회가 주민복합공간을 고민하다보니 새로운 공간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의 눈으로 이곳저곳을 관찰했다. 보드판을 이용한 칸막이벽과 신발 벗고 편하게 눕거나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든 계단식 휴게 공간, 벽에 끈만 달아 만드는 우산걸이 등 창의적인 공간 활용 팁들이 많이 발견됐다. 공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부지런히 득템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서울시에서 혁신적인 생각들을 만들어가는 허브공간으로 흔쾌히 지원했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부러운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런 유휴공간들이 어느 지역이나 많을 텐데, 건물을 재건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꼭 필요한 주민 공동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마을공동체들에게 큰 힘이 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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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은평구 ‘갈현마을’을 탐방할 수 있었다. 처음에 마을여행 장소로 염두에 둔 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미산 마을이었지만, 갈현마을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곳에 온 것이 마치 운명과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갈현마을과 감골주민회는 신기하게 닮은 구석이 많았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학교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엄마들의 모임이었다는 점, 엄마들이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동네 아이들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커나간 조직이라는 점 등 출발점도 비슷했다. 또, 그렇게 학교에서 만난 엄마들이 오랜 친구로 마을에서 행복을 찾고, 이곳에서 함께 일하며 늙어가길 바란다는 점에서도 정말 우리 마을 언니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 신기했다.

 

마을엔 이미경 대표님이 말씀을 너무 재밌게 하셔서 1시간 훌쩍 넘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계속 웃기만하면서 갈현마을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마을카페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은 주민회 회원들의 공감이 정점을 찍었다. 잘 모르는 손님이 나타나면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떨린다거나, 파는 양보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먹는 양이 더 많다는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물개박수까지 칠 정도였다. 2015마을만들기전국대회 후기_2015.9.11 (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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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카페가 공동체 활동의 거점이 되고 있는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만큼 어디나 어렵다는 말을 들으며,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하고, 고민도 들었다. 갈현마을 사람들이 ‘마을엔’을 유지시키기 위해 했던 고민들을 감골주민회도 똑같이 하게 될 텐데, 그 과정들 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중심을 잡고 함께 어려움을 공유해 가는 순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마을만들기전국대회 후기_2015.9.11 (5).JPG

 

또, ‘마을엔’을 보며 ‘마을숲’카페의 생존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공간을 반으로 나눠 마을카페와 바느질공방을 함께 운영한다든가, 카페에서 끼니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주먹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저렴하고 질 좋은 메뉴를 개발한 것도 좋은 계기가 될 듯싶었다. 마을카페에 행사가 있을 때 따로 식당을 가지 않고, 그 곳에서 소박하게 뷔페식으로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현재 동네에서 하고 있는 반찬모임을 통해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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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마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학교에서 적응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례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경쟁시스템이 굳건히 작동되는 학교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마을이 작게나마 탈출구이자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소수지만 학교 부적응 청소년들과 마을의 공예공방 프로그램을 연결해 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작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순간들이 쌓여, 동력이 되고 있는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것에만 집중했지, 사실 아직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약한 고리에 관심을 쏟는 노력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어쩌면 꼭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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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서 올해 중요한 주제였던 청소년공간을 만드는 문제 때문에 갈현마을을 탐방하며 ‘작공’도 유심히 보게 됐다. 크지 않은 공간에 몇 개의 테이블과 책장, 주방공간만 있었지만, 그 동네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든 터를 잡고 마음 둘 곳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배고픈 아이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전기밥솥에 있던 밥을 고추장에 비벼먹을 수 있는 공간, 자유롭게 책을 읽고 숙제를 할 수 있는 공간. 별 것 아닌 듯이 보이지만 그 곳에서 편안하게 머무르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청소년 공간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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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여행을 마친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지난 사랑방 강좌에서 유창복 센터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을이라 호명되는 순간 경계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게 깊은 도랑이나 벽이 아닌 점선이 돼야 한다는 말. 그렇게 세상에 수많은 점선들이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함께 지어갈 때, 이곳이 조금이라고 살맛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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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1동 감골주민회, 송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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