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이야기

[안산마을만들기 이슈브리프 Vol.5] 청소년의 질문, 학교와 마을을 잇다(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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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hedule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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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을 연결하자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지역의 강사가 학교에 들어가고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며, 학교와 기관이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가 늘었다고 관계까지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을 얼마나 이해하게 되었을까. 마을은 학생들의 생각을 지역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학교와 마을의 연결은 배움의 장소를 교실 밖으로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일상의 문제를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해결할 과제를 찾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시작된 질문이 마을의 사람과 제도를 만나고, 그 경험이 다시 배움으로 돌아올 때 청소년은 자신 역시 지역사회의 시민임을 깨닫는다.

 

 

 

 

토론이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때

 

지난 2년간 단원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청소년 정책 제안 토론 프로그램 ‘생각을 잇다’는 학교에서 시작된 배움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 경험이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정책 제안으로 구체화해 지역사회와 나누었다.

학생들이 꺼낸 주제는 학교생활과 학습공간, 청소년 마음건강, 길거리 흡연, 보행환경 등 자신의 삶과 맞닿은 문제들이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개인의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시야를 넓혀갔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누가 영향을 받는지, 학교가 해결할 일과 지역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정책 제안은 원하는 것을 나열하는 발표와 다르다.

문제의 원인과 영향을 받는 사람을 생각하고, 자료와 근거를 모으며, 해결 방안이 현실에서 가능한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질문하며 생각을 넓혀갔다. 민주적 토론은 모두가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2회차 이후 이어진 중간고사 기간에도 모둠별로 자료를 찾고 제안을 다듬어 마지막 발표까지 이어 갔다. 그 자리에는 ‘생각을 잇다 시즌Ⅰ’에 참여했던 졸업생, 학생회장, 청소년 정책에 관심 있는 어른들도 함께했다.

주목할 것은 제안의 즉각적인 실현 여부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적인 문제로 설명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건넸다는 점이다.

발표의 완성도보다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고, 다른 관점에 귀 기울이며, 함께 해결할 문제를 고민했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이 학교와 마을을 잇는 출발점이 된다.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만난다는 것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만난다는 것은 동네의 정보를 더 많이 아는 일만은 아니다. 매일 걷는 길이 누군가에게는 위험할 수 있고, 익숙한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음을 발견하는 일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학생과 주민, 학교와 행정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듣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의 경험 너머로 시야를 넓힌다.

마을 역시 청소년의 관점을 통해 익숙한 문제를 새롭게 볼 기회를 얻는다.

여기에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을 접하는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 통학로와 공원, 청소년이 머물 공간의 문제는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담당 기관의 역할, 예산과 규정, 다른 주민의 의견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함께 알아가면 민주주의가 서로의 요구를 조정하고 공적인 결정을 만들어 가는 일상의 과정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출발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동네를 걸으며 공간을 살피거나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 작은 활동에서도 지역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후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해결 방향을 함께 논의하면서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쌓아간다.

 

 

 

 

민주시민교육, 교실을 넘어 마을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제도와 권리를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하지만, 지식을 아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근거를 살피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때로는 수정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경청과 토론을 연습했다면, 마을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의 주민들을 만나 그 배움을 사용해 볼 수 있다. 학교의 교육과 마을의 주민 참여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 연결은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충분히 듣지 못했던 생활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을 미래의 주민으로만 대하며 어른이 정한 활동에 참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 인정하며 그들의 질문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안의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배움이 일회성 활동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학생 안전을 고려해야 하며, 특정 교사 개인의 노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역시 학교에 새로운 부담을 더하기보다 학생들이 지역을 만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배움의 방향을 세우고, 지역의 활동가와 기관은 학생들의 질문이 지역의 사람과 의제로 이어지도록 도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학교에서 시작된 배움이 지역사회의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의 관점에서 청소년의 참여는 중요하다. 마을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청소년의 삶이 빠져 있다면 지역의 다양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길과 공간, 생활 속에서 겪는 문제는 어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와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의 목소리가 함께할 때, 마을의 의제는 더욱 다양한 삶을 담아낼 수 있다.

 

 

 

 

안산의 참여 기반, 학교와 마을을 잇는 길

 

안산에는 청소년의 제안을 공적인 논의로 이어 갈 기반이 있다.

안산청소년통합자치기구(A.Y.U.)는 안산교육지원청의 청소년교육의회, 안산시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안산시의회의 청소년의회를 통합해 운영하는 기구다. 2026년 8월 기관장과의 정담회에서 학생들은 학교 안전과 상담문화, 다문화 아동 도서 확충, 불법주정차와 자원순환 등 생활 속 의제를 발표했다. 교육지원청·시·시의회 관계자들은 관련 정책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제안의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안산의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에는 청소년이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에 의견을 내는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다. 활동 범위는 서로 다르지만 청소년이 학교 밖에서 참여를 경험 할 수 있는 또 다른 접점이다.

이런 참여기구의 존재는 의미 있지만, 모든 학생이 그 기구를 통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원고처럼 학교의 교육 활동에서 시작된 질문이 지역의 참여 창구와 만날 방법도 필요하다. 특정한 학생이나 동아리에 한정된 참여가 아니라, 평범한 수업에서 나온 문제의식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연결의 방법은 어렵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서 만든 질문을 청소년 기관이나 주민자치회에 소개하고, 지역의 활동가가 수업에 참여해 현재의 논의를 설명하거나, 학생들과 주민이 함께 현장을 살펴보는 자리부터 마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특별 행사에 초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평소 살아가는 지역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실천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2026년 시흥시 함현중학교에서는 학교-마을교육협의회에서 제안된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정왕4동 주민자치회가 사업으로 연결했다. 주민들이 벤치를 다듬고, 교사와 학생들 은 정자 정비와 벤치 디자인·채색에 참여했다. 학교의 필요를 마을이 함께 받아들이고 학생들이 공간의 변화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학교와 주민자치가 만나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안산에 필요한 것은 사례를 그대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학교와 청소년 기관, 주민자치회, 행정이 이미 가진 활동을 연결하고, 학생들의 질문이 논의나 실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함께 만드는 일이다.

 

 

 

 

발표를 넘어 이어지는 관계로

 

참여 기회를 더 넓혀야 한다.

학생자치나 대회에 적극적인 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학생이 수업과 활동에서 동네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에 주민과의 대화, 지역 공간 탐구, 관계 기관과의 만남을 더한다면 청소년은 마을을 추상적인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경험할 수 있다. 

제안 이후의 과정도 중요하다.

모든 제안이 정책으로 실현될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가 그 내용을 함께 검토하고 결과를 다시 나누는 과정은 필요하다. 발표 이후에도 이러한 소통이 이어질 때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공적인 논의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쌓인 신뢰는 다음 참여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된다.

참여 인원이나 제안서 수뿐 아니라, 평소 말할 기회가 적던 학생도 참여했는지, 다른 의견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학교와 지역의 관계가 이후에도 이어졌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일의 성과는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다음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관계에 남는다.

이 연결이 특정 교사나 활동가의 열정에만 기대지 않도록 도울 주체도 필요하다.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도 주민과 지역 활동을 연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청소년 기관·주민자치회의 협력을 돕는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학생이 던진 질문을 지역의 논의와 잇고, 그 결과를 다시 학교로 가져오는 작은 순환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질문은 학교 밖으로 향한다. 청소년이 일상의 문제를 지역사회에 건넬 때, 우리는 어떤 대화의 자리와 참여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역사회를 만날 기회를 열고, 마을이 학생들의 질문을 함께 듣고 논의한다면 민주시민교육은 교실 밖의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상 속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와 마을을 잇는다는 것은 결국 같은 지역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서로의 질문을 듣고, 함께 답을 찾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참고자료

안산교육지원청(2026.8.18.), 「2026안산청소년통합자치기구(A.Y.U.) 기관장과의 정담회 운영」. 시흥교육지원청(2026.6.04.), 「함현중, ‘세상에 하나뿐인 벤치’ 교육환경개선 프로젝트 추진」 안산시청소년재단(2025.12.26.) 「2026년 청소년운영위원회 제24기 ‘한울’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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