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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다음날은 전날 신대광 선생님에게 들었던 선감학원의 아픔이 담긴 장소를 직접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해솔길6코스 일부 구간에 조성한 ‘선감이야기길’은 선감선착장에서 경기창작센터에 이르는 약 2km 길로, 그 당시 소년들의 고단했던 삶을 상상하며 걷게 됐다. 소년들이 섬에 처음 도착했던 곳이자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했던 선착장, 굶주림에 잠을 설쳤던 기숙사, 원장이 살았던 관사 등 선감학원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다. 청소년들에게 선감역사박물관을 안내하던 신대광 역사교사(원일중)는 “선감학원 생존자 분들 중에는 지금도 마음에 응어리진 상처를 가진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선감학원 출신이란 말도 못하고 평생 가슴에 꼭꼭 숨겨두다가 이제야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선감학원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밝혀질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는 곳의 역사가 제대로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감이야기길의 마지막 코스에 기다리고 있는 곳은 경기창작센터가 올해 1월 개관한 선감역사박물관이었다.
컨테이너 3개동에 꾸며진 박물관은 선감학원의 유물과 영상기록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개관 기념전으로 선감학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출신자의 이야기를 담은 ‘김춘근, 22년의 시간’전이 열리고 있었다. 10살 때 섬에 갇혀 10년 동안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선감학원이 폐쇄되는 82년까지 직원으로 일했던 한 사람의 일생 속에 선감학원의 역사가 씁쓸하게 녹아있다. 흑백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그 당시의 삶이 호미, 삽, 물지게에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로 전해진다. 선감학원 묘역에서 출토된 한 소년의 작은 꽃신, 선감학원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은 그 당시에 자행된 인권유린 상황들을 아프게 알려준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박물관의 물건들과 영상에 굉장한 집중도를 보여서 깜짝 놀랐다.
기행의 마지막은 선감학원 학생들의 묘역이었다. 황량한 땅에 비석도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봉분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도 봉분 앞에서 말수를 줄이며 조심조심 그곳을 걸었다. 신대광 선생님께서 꽃신과 쌍둥이 형의 유골이 발굴된 장소를 알려주셨을 때, 아이들이 그 어느때보다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며, 더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곳을 지났다. 역사적 장소가 주는 아프고 신기한 순간이었다.